은하철도 999, 철이는 선재동자를 메텔은 관음보살을 상징한다
70년대생인 나에게 어릴적 티비 만화는, 생각만해도 가슴이 뛰는 오락거리였다.
만화책은 50이나 100원을 내고 빌려 읽는 시대였고 비디오 플레이어는 정말 잘사는 친구집에만 있었다. 비디오를 대여해 와서 영화 한 편 보려면 친구네 집 부모님의 허락을 어렵게 받아야만 하는 시기... 그런 시기였다.
그러니, 티비에서 하는 만화영화는 낙원의 휴식같은 존재였다.
그 당시 재미있게 보던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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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일본 정보를 공부하면서 흥미로운 탄생 뒷얘기를 알게 되어 올려본다.
(이 자료는 어느 책이었는지, 아니면 일본 관련 뉴스 기사였는지 출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만화가가 되기 위해 도쿄로 올라왔다. 그의 나이 18살.
일본 큐슈 출신인 그는 큐슈와 혼슈를 연결한 해저 터널인 칸몬터널을 건너면서 <터널을 지날 때 우주를 본 듯했다. 우주를 나는 열차를 상상했닥>고 했다. 그 열차가 바로 <은하 철도 990>이다.
기계인간이 되어 영생을 얻겠다는 철이(호시노 테츠로)와 신비로운 여인 메텔이 기계 육체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안드로메다의 어느 별로 가기 위해 우주공안을 달리는 열차에 탑승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중간중간 수많은 별에 들러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우리의 일상과 다름없다.
은하철도 999는 <화엄경의 입법계품>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날아라 슈퍼보드>가 현장 스님의 구법여행기인 <서유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듯이 말이다. 대방광불호엄경 입법계품은 번뇌가 없는 경지에 들어가기 위해서 어떤 불도를 닦아야 하는 가에 대해 설법한 경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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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텔>은 라틴어로 <어머니>라는 뜻이다. 여행 중 많은 생명이 죽음을 당하는데 애도의 의미를 담아 처엄부터 상복을 입은 것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철이는 <선재동자>를, 메텔은 백의(白衣)의 관세음보살을 상징한다. 선재동자란 <화엄경> 에 나오는 구도자의 이름이다.
즉, 번뇌가 없는 경지에 들어가기 위해서 구도자가 불도를 닦듯 철이는 영원히 살 수 있는 기계 몸을 얻기 위해, 그리고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우주에서 불도를 닦는 구도자라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1000은 소년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999'는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이야기를 상징한다>. 그러니 아무리 오래 살더라도 인생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만화는 말하고 있다.
철이는 여러 행성을 지나며 끊임없이 묻고 주저하고 절망하면서 결국엔 나름의 해법을 찾아간다. 모든 별에는 각자의 고민과 슬픔, 희망이 있고 그 별을 통과해내야만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된다.